자본시장통합법이란 뭔가요
틴틴 여러분,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되면 새로운 금융 생활이 시작된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자본시장통합법을 두고 은행과 증권사 간에 논쟁이 붙고 있다'는 내용의 TV 뉴스는 본적이 있으시죠. 자본시장통합법을 언제 통과시킬지를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됐을 정도로 요즘 관심을 모으는 경제 이슈입니다.
뭔가 엄청나게 달라질 것 같은데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말이 너무 어렵다고요? 그렇다면 자본시장통합법이 뭔지 먼저 설명해볼게요.
말만 어렵지 사실은 간단한 개념이랍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말 그대로 '자본시장'을 합치는 법입니다. 자본시장은 여러 금융기관으로 구성돼 있어요. 틴틴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이용하는 증권사.자산운용사.종금사.선물회사.신탁회사 등의 금융회사들로 자본시장은 이뤄진답니다.
이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의 영역을 하나로 묶는 법이 바로 자본시장통합법이랍니다. 지금까지는 이들 금융회사가 각자 고유의 영역을 갖고 영업을 하고 있었어요. 판매하는 금융상품이 서로 다르고 적용받는 법도 제각각이었죠. 그런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선물회사.자산운용사 등으로 엄격히 나눠져 있던 업종 간 칸막이가 허물어지게 됩니다. 예전에는 자산운용사.선물회사에서만 하던 일을 증권사에서도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처럼 금융회사의 겸업이 가능해지게 되면 증권업.선물업.자산운용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이 가능해진답니다. 일종의 합체 로봇이 탄생하는 거죠.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로봇들이 분리해 있을 때보다 합체했을 때 더 세지는 것처럼 금융투자회사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으로 자본시장에서 더 큰 기능을 해낼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 같은 법을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교역국' 대열에 들어설 정도로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자본시장은 경제규모에 비해 발전이 덜 됐답니다.
그동안 은행(간접금융시장)은 구조조정.대형화 등을 통해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왔어요. 조흥.한일.상업은행 등 예전에 있던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사라졌죠. 대신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이 덩치를 키워 외국은행과 경쟁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증권.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회사들은 수익성과 경쟁력이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업종 간 '칸막이'로 보호받은데다 강력한 경쟁자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은 주식을 사고파는 일에만 집중하고,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운용하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기업투자.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 금융투자회사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지게 된 거예요. 특히 국내 증권사의 규모가 외국 금융투자회사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등 덩치가 작다 보니 세계시장에 진출하기도 벅찼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법이 바로 자본시장통합법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자본시장을 발전시켜 우리나라를 가까운 미래에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답니다. 틴틴 여러분도 신문에서 골드먼삭스.메릴린치 등 외국의 유명한 금융투자회사 이름을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에도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국판 골드먼삭스.메릴린치가 탄생할 수 있게 됩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이들 금융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중요한 것은 이 법의 시행으로 틴틴 여러분이나 부모님.선생님 등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이 편리해진다는 것이에요.
정부는 증권업.선물업.자산운용업 등의 금융영역을 합치는 것 외에도 금융투자회사가 송금.결제 등의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칠 예정이에요. 틴틴 여러분의 부모님들께서는 돈을 송금할 때나 공과금을 납부할 때 지금까지는 은행을 찾아가셨죠? 그런데 앞으로는 금융투자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기만 하면 별도의 은행 거래 없이도 송금,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할 수 있게 된답니다. 물론 지금처럼 주식.펀드.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도 함께 할 수 있죠. 은행.증권사를 따로따로 갈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다양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니 편리하겠죠.
금융상품의 종류도 대폭 늘어나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금융 상품도 많이 등장하게 돼요.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법에 규정된 금융상품만 판매할 수 있었어요. 법에 나오지 않는 상품을 팔면 처벌받기도 했죠.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규제가 대부분 사라집니다.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금융상품도 판매할 수 있게 되지요.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새로운 금융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됩니다.
또 고객들은 금융상품 판매를 대행하는 전문가들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불러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짬을 내 은행 가기도 힘든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죠.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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