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고 있는 축구규칙 ‘10’
잘못 알고 있는 축구규칙 ‘10’ | ||||||
[축구전문가 박문성 2007-04-30 13:05] | ||||||
얼마 전 K리그 신인 선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2월26일 프로축구연맹에서 주관한 2007K리그 신인 선수 교육 프로그램 자리였다. 광주상무를 제외한 13개 팀 90여명의 신인 선수들이 모여 프로 입문의 준비와 각오를 나눴다. 출발은 언제나 설렌다. 오지 않은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분명 희망과 도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선수들과 만나면 나누는 대화 주제가 있다. 잘못 알거나 쓰고 있는 축구규칙과 용어 얘기다. 잘못을 알지만 오래 써 바로 잡기 쉽지 않거나 아예 잘못인지도 모르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동일한 플레이를 보고 해석이 다르니 답답할 노릇이다. 물 건너온 영국식 용어를 쓰다보면 오용할 수 있다. 실제로 용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쓰는 말이 다르고 표현이 제각각인 탓이다. 쓰는 용어가 다르다고 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물론 되도록 FIFA(국제축구연맹)식 표기를 따르는 것이 소통 등 여러 면에서 좋다. 또 부심을 선심이라 표현한다거나 사이드어태커, 골게터, 게임메이커 등 일본식 조어는 마땅히 지양해야 할 용어이다.
하지만 규칙의 경우는 다르다. 19세기말 근대축구의 룰이 만들어진 이래 전 세계 축구는 FIFA가 정한 하나의 규칙 내에서 운영돼 왔다. 조만간 가맹 예정인 몬테네그로를 포함, FIFA의 208개 회원국이 동일한 룰 안에서 경기를 치르는 까닭에 규칙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 서로의 룰이 다르면 경기 자체가 어렵다. 자국리그는 몰라도 월드컵 등 국제대회는 불가능하다. 용어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 골키퍼 보호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축구규칙 10가지를 정리했다. 실제로 공을 차거나 TV로 축구 중계를 들으면서 일상적으로 접하지만 잘못 알려진 규칙이 의외로 많다.
첫 번째가 골키퍼 보호구역이다. 흔히들 골대 앞 5.5m에 수평으로 그어진 골 에어리어를 가리켜 골키퍼 절대 보호구역이라 부른다. 이 구역에서는 상대 공격수가 골키퍼와 닿기만 해도 반칙이라는 해석이다. 옳지 않다. FIFA 경기규칙서(Laws of the game) 어디에도 골키퍼 보호구역이라는 표현은 없다. 물론 실제로도 골키퍼 보호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골 에어리어에서라도 공격수가 골키퍼와 정당하게 공 쟁탈전을 벌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격수의 머리와 골키퍼의 손이 동시에 공을 향해 경합했다면 이후 접촉이 있었더라도 정당한 과정으로 판정할 수 있다. 2006월드컵 일본과 호주전에서 나카무라 순스케의 프리킥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대개 골키퍼가 뻗은 손보다 높게 뛸 수 없는 공격수가 무리하게 공 쟁탈전을 벌이다보니 파울 선언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골키퍼 보호구역이라는 엉뚱한 표현이 나온 듯하다.
두 번째는 주장의 항의 가능여부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은 심판 판정에 항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의 주장이 주심의 판정에 대표 자격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상식이다. 주장을 포함한 어떠한 선수에게도 주심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는 없다. 통상적으로 주장이 주심에게 어필하는 것을 봐줄 순 있으나 지나치다 싶으면 여지없이 카드가 나온다. 규정상 하자가 없는 판정이다.
>>> 오프사이드 적용 받지 않는 3+1
세 번째는 비하인드 태클, 일명 백태클은 모두 파울이라는 인식이다. 공을 빼앗기 위해 뒤에서 들어가는 태클은 명백한 파울이라고 말한다. 최소 경고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틀리다. 뒤에서 시도한 태클이라도 공을 보고 정확히 들어가 공을 먼저 터치했다면 ‘훌륭한 기술’인 것이다. 공격수 가랑이 사이로 발을 넣어 공을 따내거나 옆으로 쓸듯 미끄러져 공을 쳐내는 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네 번째는 오프사이드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플레이에 관여, 방해, 이득의 경우가 아니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는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이것 말고 예외적 상황이 있다. 일명 3+1이다. 3가지의 플레이와 1가지의 상황에서는 오프사이드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3가지의 플레이는 골킥, 코너킥, 스로인이고 1가지의 상황은 하프라인 기준으로 자기진영에서 상대 수비보다 앞서 있을 때이다.
다섯 번째는 테이핑하면 반지, 귀걸이 등을 착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선수들이 손과 귓불에 장식구를 가리기 위해 하얀 테이핑을 한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규칙에 어긋난 일이다. 테이핑을 했건 하지 않았건 반지와 귀걸이, 목걸이 등 부상의 염려가 있는 어떠한 장식구도 몸에 거칠 수 없다. 반지에 입을 맞추는 골 축하연으로 유명한 안정환의 경우도 실상은 맨 손가락에 키스를 하는 식이다.
>>> 페널티 킥 시 패스 가능할까?
여섯 번째는 페널티 킥 시에는 패스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키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골문을 향해 슈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동료에게 패스를 할 수 있다. 단 전진패스만이 가능하다. 즉 페널티 마크에서 골문 쪽으로 향하는 패스만이 허용된다. 키커가 앞으로 공을 툭 차고 동료가 9.15m 떨어진 페널티 지역 밖에서 뛰어 들어와 슈팅을 시도, 골을 넣었다면 득점으로 인정된다. 해외리그에선 간혹 나오는 장면인데 성공률이 떨어지다 보니 자주 시도하진 않는다.
일곱 번째는 추가시간에 대한 오해다. 추가시간 내 추가시간은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90분의 정규 시간이 마무리되면 대기심이 추가시간을 알린다. 간혹 추가시간 내 경기를 지연시키는 특정 상황이 빚어져 주심이 임의대로 별도의 추가시간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가능한 일이다. 얼마의 추가시간을 줄 것인가는 주심의 전적인 재량이다.
여덟 번째는 킥오프와 골킥 시 직접 득점이 인정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답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경기의 시작과 득점 시 경기를 재개하는 킥오프와 골라인 아웃됐을 때 경기를 이어나가는 골킥 시 찬 공이 다른 선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상대 골문으로 들어갔다면 골이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1998년 12월26일 아르헨티나의 리카르도 올리베라가 기록한 2.8초의 최단 시간 골이 이에 해당한다.
아홉 번째는 골 축하동작에서 상의를 벗는 행위 중 어디까지가 허용되느냐다. 구분해보자. 상의를 들어 올려 펄럭이는 경우, 상의로 머리를 감싸는 행위, 상의를 머리 뒤로 넘기는 일, 상의를 아예 벗는 모습, 과연 이 중 경고는 어떤 경우일까? 상의를 들어 올려 펄럭이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고다. 완전히 탈의하지 않더라도 경고를 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드롭 볼 시에는 두 팀의 선수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한 팀의 선수만 와도 가능하다. 꼭 두 팀의 선수가 다가서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참고로 드롭 볼은 공이 인 플레이일 때 경기 규칙에 명시돼 있지 않은 이유로 경기가 중단된 후 재개하는 방법이다. 관중이 필드에 난입했다든지, 2006월드컵 때 잉글랜드의 골키퍼 폴 로빈슨의 킥이 전광판을 맞은 경우 등이다.
>>> 긱스와 솔샤르의 플레이는 적법했는가?
근래 실제로 빚어진 사례를 바탕으로 한 규정 해석이다. 우선 지난 2월21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릴의 경기 도중 나온 라이언 긱스의 빠른 프리킥이다. 당시 긱스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전에 재빠르게 프리킥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릴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득점 인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옳은 판정일까? 규칙상으론 문제가 없다. 프리킥 시의 어드밴티지는 공격 쪽에 있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슈팅을 시도할 수 있다. 단 주심이 호각을 들어 공격수에게 보였다면 그 땐 꼭 휘슬 소리가 난 뒤 프리킥을 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고를 받는다.
얼마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플레이도 논쟁을 불어 일으켰다. 4월22일 미들스브러전에서 골키퍼가 펀트킥을 차려는 순간 공을 빼앗아 골을 넣었지만 오히려 경고를 받은 것을 두고 여러 주장이 오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명백한 파울이다. 골키퍼가 공을 방출하는 과정에서는 어떠한 방해도 해서는 안 된다. 손으로 공을 튀기고 있거나 손 위에 공을 올려놓은 상태를 포함해 공을 차내려고 하는 동작에서 방해하면 경고다. 예전에는 신체 접촉만 없으면 가능했지만 부상 위험 등 여러 논란 끝에 개정된 룰이다. 이전 티에리 앙리, 호나우딩요 등이 이런 방식으로 골을 넣은 것이 가능했던 이유다.
여기서 한 가지, 지난해 2월15일 한국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 멕시코전에서 이동국의 골이 유사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동국은 가능했는데 왜 솔샤르는 파울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경우다. 이동국은 멕시코 골키퍼 오스왈도 산체스의 공을 빼앗아 골을 뽑아냈고 주심은 득점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오심인가? 아니다. 기억하겠지만 당시 산체스 골키퍼의 경우는 공을 차내려는 동작이 아니라 이미 멀리 공을 던져 놓은 뒤 제2의 플레이를 전개하려는 동작이었다. 즉 자신의 몸 가까이 공을 떨어뜨려 바로 차려는 방출 과정이 아니었다. 골키퍼가 공을 멀리 던져 놓은 상태라면 공격수가 경합해 얼마든지 공을 빼앗을 수 있다.
>>> 경기 규칙 이해와 자정 노력
만약 경기 도중 골대가 부러지는 등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중단한 뒤 수리해야 한다. 만약 고칠 수 없다면 경기를 속행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을까? 있다. 2년 전 첼시와 리버풀간의 경기에서 후반 강력한 슈팅 탓에 크로스바와 포스트 사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주심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공교롭게도 이 부분으로 골이 들어가면서 승패가 갈리고 말았다. 경기 종료가 패한 팀에서 강력히 항의했지만 이미 종료 휘슬이 울린 뒤라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선수들이 입는 저지는 꼭 투피스여야 하는가? 그렇다. 원피스로 된 저지는 입을 수 없다. 반소매의 상의도 착용할 수 없다. 2006월드컵 예선에서 카메룬대표팀이 원피스에다 반소매의 저지를 입으려다가 FIFA의 제재를 받았다. 보기 민망하다는 것이 FIFA의 설명이었지만 지나친 간섭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다.
알면 더 재밌다. 축구의 묘미를 더하기 위해 경기 규칙서를 구해 읽거나 심판강습회 등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FIFA의 경기규칙서 17조 항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합리적이지만 한편으론 여러 논란을 빚을 만한 부분이 눈에 띈다. 주심의 견해에 따라 달리 해석이 가능한 대목들인데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보다는 보다 정교한 규정의 마련과 적용이 요구된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4개 축구협회 대표와 FIFA 파견 4인이 참여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물론 심판 개개인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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