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Friday

世上事 : 2007.11.12 08:30

쇼핑 광풍 '블랙 프라이데이'를 경험하다
쇼핑 없는 추수감사절,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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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영(azurefall) 기자   
블랙 프라이데이 꼭두새벽부터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
ⓒ 한나영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을 찾아 나섰던 영국 청교도들. 그들은 추위와 질병의 어려움을 겪고 난 이듬 해 가을, 첫 수확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그 결실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축제를 여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의 유래다. 그런데 과연 그 때 드렸던 순수한 감사가 오늘날의 추수감사절에도 그대로 남아 있을까.

"NO!"

이곳에서 느끼는 추수감사절은 초기의 그런 경건한 감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거스를 수 없는 현대 상업화의 바람이 추수감사절에도 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대륙에 부는 이 도도한 바람은 이제는 세속화된 쇼핑 광풍이 되어 미국 전체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 새벽잠을 설치고 온 사람들이 계산대에 길게 늘어 서 있다.
ⓒ 한나영
▲ 잡화 매장에도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다.
ⓒ 한나영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다.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미국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명절로 우리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공휴일이다. 학교나 직장 모두 문을 닫는데 대개는 공휴일인 목요일 하루만 쉬는 게 아닌 듯하다.

보통 연이어 주말까지 쉬는데 이렇게 나흘 연속, 혹은 일주일간 쉬게 될 때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추수감사절 휴가를 즐기는 사람의 신용카드를 노리는(?) 소매업자들이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되다

▲ 자기가 살 물건을 표시해 온 사람의 꼼꼼한 광고 전단. $39.99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는 나도 이번에 맘먹고 산 것이다.
ⓒ 한나영
▲ 매장에 붙은 광고 전단. 인기 품목은 금세 '매진 (Sold Out)'된다.
ⓒ 한나영
추수감사절의 대대적인 쇼핑은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부터 시작된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무엇인가.

'검은'이라는 뜻의 '블랙'과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의 '프라이데이'가 합쳐진 이 말은 소매업체가 파격적인 세일을 단행하기 때문에 매출이 급증해서 재무제표가 흑자로 돌아서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다려 쇼핑을 한다. 그런 까닭에 각 가정에는 광고 전단지가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집 우체통에 쌓인 전단지도 바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TV에서도 추수감사절 세일 광고는 연일 계속되었다. 모두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린 계획된 상술이었다.

▲ 평소에 점 찍어둔 물건을 맘 먹고 사가는 사람들.
ⓒ 한나영
▲ 뒷 창문을 완전히 가릴 만큼 물건을 많이 산 차들.
ⓒ 한나영
하지만 상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시할 것인가. 그러면 손해다.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환상적인 할인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발품만 잘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우리도 쇼핑족이 되기로 했다. 살 물건은 바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와 공 CD였다.

그동안 나는 <오마이뉴스>에 올린다고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다. 그런데 컴퓨터에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깔아두는 바람에 식구들의 원성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아예 사진과 기사를 저장해 둘 집 한 채를 장만하기로 한 것이다.

전단지에 나온 광고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

250기가. 외장형 3.5인치. USB HDD 39.99달러(100달러 절약)

이런 대용량 하드를 4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비록 값을 치를 때는 139.99 달러의 원래 값을 다 치른 뒤 '리베이트(상품 대금의 일부 환불)'를 받아야 하는 게 좀 복잡한 일이지만 말이다.



▲ 리베이트를 받아야 하는 영수증은 아래에 이름과 주소 등을 적어 보내야 하기 때문에 길다.
ⓒ 한나영
▲ 100달러를 환불받기 위해선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 리베이트에 필요한 모든 것.
ⓒ 한나영
하지만 1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데 그깟 정도의 수고도 못해? 사실 그것은 문제가 안 되었다. 정작 문제가 되었던 것은 새벽 5시에 문을 여는 상점에 어떻게 진입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서너 시만 되어도 진을 치고 기다린다고 하는데 무슨 정성이 있다고 그렇게 일찍 나가나. 걱정이 되었는데 마침 피가 끓고(?) 있는 젊은 딸이 친구와 함께 가보겠다고 했다.

딸은 두툼한 오리털 자켓에 이불까지 챙겨들고 새벽 4시에 나갔다. 가게 문이 열릴 때를 기다려 줄을 섰던 딸은 결국 하드를 손에 넣었다고 전화를 해왔다. 성공이었다. 그런데 딸이 전하는 다음 소식은 또 심란했다.

매장 안에 있던 수십 명, 거의 백여 명 되는 인간들이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는데 그 줄이 또 엄청 길다고 했다.

"엄마, 산소가 부족해. 벌써 3시간이나 기다렸어. 이제는 엄마가 자리 좀 바꿔줘야겠어."

딸의 SOS 연락을 받고 이번에는 내가 매장으로 갔다. 딸과 자리를 바꾸는 걸 보고 뒤에 있던 남자가 부러운 듯 말했다.

"좋은 전략이네요. 우리는 지금 3시간 반 정도를 이 답답한 매장 안에서 버티고 있는데요."
"몇 시에 왔어요?"
"5시 조금 전에요."
"그런데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잠 못 자고 올 만큼이요. 얼마나 절약을 한 거예요?"
"40달러, 50달러…. 대충 200달러 넘게 돈을 절약한 것 같네요."


▲ "200달러 정도를 절약했어요." 남자가 들고 있는 DVD-R은 공짜 (리베이트 30달러를 받아서).
ⓒ 한나영
돈을 아끼려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새벽잠을 설치고 왔다는 남자 옆에는 애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런데 처음 따라 왔다는 이 여자 친구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아주 진이 다 빠진 듯 연신 하품을 해대고 있었다.

'그러게, 돈 버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전역에서 1억 3천만 명의 사람들이 몰리고 하루 매출액만도 80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쇼핑 광풍이 불었던 광란(?)의 하루였다.

출차 오마이뉴스
http://72.14.235.104/search?q=cache:bUvNKpdXTkUJ:life.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3Fat_code%3D375939+%EB%B8%94%EB%9E%99%ED%94%84%EB%9D%BC%EC%9D%B4%EB%8D%B0%EC%9D%B4&hl=ko&ct=clnk&cd=1&g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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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al_G